이병각 KTNF 상무 “국산 서버, 만들어도 안 쓰면 못 큰다”
  • 작성일 : 2026-10-06

 

정부 AIDC에 국산 하드웨어 초기시장 필요…‘개발→실증→구매→재투자’ 선순환 강조
BOM 제출·관리로 서버 내부와 공급망 확인해야…“국산화 넘어 하드웨어 신뢰성 문제”

이병각 KTNF 서버사업본부 해외사업팀 상무

 

이병각 KTNF 사업본부 서버사업팀 상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국산화의 가장 높은 문턱은 장비를 만드는 기술보다 이를 실제로 사용한 대규모 레퍼런스라는 지적이 나왔다.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려면 데이터센터에 장비를 넣어 장기간 운영해야 하지만, 검증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고객이 외면하면 국내 기업은 그 첫 사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이병각 케이티엔에프(KTNF) 서버사업본부 해외사업팀 상무는 최근 아이티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산 하드웨어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정부가 구축하는 AIDC에서 일정한 실증·도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지원만으로는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고 실제 구매와 운영을 통해 확보한 경험이 다시 제품 개선과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KTNF는 서버 메인보드와 바이오스(BIOS), 베이스보드관리컨트롤러(BMC) 등 핵심 기술을 직접 설계·개발해온 국내 서버 기업이다. 최근에는 퓨리오사AI의 신경망처리장치(NPU) ‘레니게이드(RNGD)’를 최대 8장 탑재할 수 있는 AI 서버 KH597S4를 선보이는 등 국산 AI 반도체와 서버를 결합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 상무가 말하는 국산화는 서버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국내 제품으로 바꾸자는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현재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을 모두 국내 기술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국내 기업이 메인보드와 펌웨어를 설계하고, 장비 내부를 이해하며, 장애가 발생했을 때 직접 대응할 수 있는 기술 통제권을 넓혀야 한다는 설명이다.

“첫 고객 없으면 국산 장비는 계속 미검증 제품”

AIDC는 수천~수만 대의 서버가 동시에 작동하는 인프라다. 사업자는 개별 장비의 벤치마크 성능뿐 아니라 장기간 안정성, 소프트웨어 호환성, 장애 대응과 부품 공급, 유지보수 역량까지 확인한다. 이 때문에 이미 대규모 운영 이력을 갖춘 글로벌 장비가 우선 선택되고 국내 업체는 구축 사례가 없어서 선택받지 못하고 선택받지 못해 구축 사례를 만들지 못하는 악순환에 놓인다.

이 상무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AIDC에서 국산 하드웨어에 일정 비율의 기회를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국산 제품을 성능과 무관하게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영환경에서 글로벌 제품과 경쟁하며 검증받을 최소한의 시장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다.

다만 국산 장비 사용을 일률적으로 의무화하면 국제 조달과 통상규범, 사업자의 장비 선택권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책의 초점은 특정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는 것보다 실증구역과 테스트베드, 초기 공공 레퍼런스를 제공하고 성능·전력효율·총소유비용(TCO)으로 후속 구매를 결정하는 구조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이 상무는 AIDC 장비 국산화 논의를 공급망 보안 문제로도 확장했다. 서버에는 CPU와 GPU·NPU,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메인보드와 각종 컨트롤러 등 수많은 부품이 들어간다. 완제품 제조사만 확인해서는 어떤 부품이 사용됐고 어느 경로로 공급됐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주요 AIDC 장비를 도입할 때 제조사가 자재명세서(BOM)를 제출하고 부품의 원산지와 제조사·공급 경로 등을 관리하는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산 서버 내부에 이른바 ‘스파이칩’ 같은 악성 하드웨어가 실제로 들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라면 그러한 위험이 있는지를 사용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BOM은 장비 내부의 가시성을 높이는 수단이지 개별 부품의 안전성을 자동으로 보증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펌웨어와 BMC 무결성 검증, 제조·유통 과정 추적, 국내 유지보수와 보안 대응 역량 등을 함께 평가해야 실질적인 공급망 보안체계가 될 수 있다.

이 상무의 주장은 AIDC 국산화의 기준을 ‘국산 부품 비율’에서 ‘누가 장비 내부를 설명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 국산 장비의 첫 시장을 만들자는 산업정책과 국산·외산을 막론하고 공급망 정보를 요구하자는 보안정책은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두 논의 모두 국내 사용자가 AI 인프라를 얼마나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연결된다.

이병각 KTNF 서버사업본부 해외사업팀 상무

 

이병각 KTNF 사업본부 서버사업팀 상무 

다음은 이 상무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KTNF는 어떤 회사인가

“KTNF는 2001년 창업해 20년 넘게 국내 정보기술(IT) 인프라 가운데 서버 분야에 집중해왔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자체 메인보드를 기반으로 일반 서버부터 인공지능(AI) 서버까지 개발·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 국산 서버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나

“서버에 들어가는 CPU와 메모리 등 주요 부품은 외산 서버와 크게 다르지 않다. KTNF는 메인보드를 직접 설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메인보드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부품을 100% 국산으로 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순히 부품의 원산지만으로 국산 서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메인보드와 BIOS, BMC 등을 국내 기업이 직접 개발하고 다룰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 국내 데이터센터가 국산 서버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산 서버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담당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이 작용한다고 본다. 잘 알려진 외산 제품을 사용하면 장애가 발생해도 제품의 인지도를 근거로 설명할 수 있지만, 국산 제품을 사용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국산 장비를 선택한 책임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KTNF가 고객사와 개념검증(PoC)을 진행해 보면 국산 서버라고 해서 외산 서버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기존에 익숙하게 사용하던 제품을 계속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국산 서버를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 전에 실제로 사용해봤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국산 장비의 레퍼런스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에서 국산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 등에 일정한 도입 기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사업에 들어가야 성능을 검증하고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다. 국산 장비를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으면 계속 레퍼런스를 만들 수 없다. 국가 정책 차원에서 국산 인프라 장비를 도입하고 검증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 엔비디아 GPU 기반 AI 서버를 국내 기업이 개발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기존 GPU는 KTNF가 개발한 보드에 장착할 수 있었지만, 최신 제품 가운데는 엔비디아가 공급하는 보드를 기반으로 서버를 개발해야 하는 제품이 있다. 대만이나 중국의 일부 서버 제조사는 해당 보드를 공급받지만 KTNF는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보드를 공급받지 못하면 국내 기업이 자체 서버를 개발하기 어렵다. 정부가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더라도 외산 완제품 서버 형태로만 들어오면 국내 서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GPU를 도입하는 것과 별개로 국내 기업이 이를 활용해 서버를 개발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

- AIDC 장비의 자재명세서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메인보드가 어떤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하드웨어 자재명세서(BOM)가 필요하다. 스파이칩이나 백도어 등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BOM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임치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국산 서버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서버 내부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KTNF는 메인보드를 직접 설계하고 BIOS와 BMC 펌웨어도 직접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장비 내부를 설명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다.”

아이티데일리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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